"앗, 내 푸드스탬프 다 털렸네"…시니어들 피눈물
#. 지난 4일 퀸즈 플러싱의 한 그로서리에서 장을 본 한인 권춘교(89)씨는 전자식 푸드스탬프(SNAP)인 EBT(Electronic Benefit Transfer) 카드를 단말기에 읽혔지만 결제가 거부됐다. 당황한 권씨가 확인해 본 결과, 기존 100달러가량의 잔액은 물론 새롭게 받은 290달러도 모두 빠져나간 뒤였다. 잔액은 45센트만 남아있었지만, 카드 스키밍이 워낙 흔한 만큼 돈을 되돌려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푸드스탬프 사무실에 연락했지만 보상은 어렵다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저소득층의 식료품 구매비를 지원하는 푸드스탬프 EBT 카드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인을 포함한 플러싱 일대 시니어를 중심으로 EBT 카드 잔액이 대거 털렸지만, 연방정부 지원이 끊겨 피해를 입어도보상받을 길이 전혀 없다. EBT 카드 사기는 카드결제 단말기에 불법 판독기나 해킹 장치를 몰래 설치한 뒤 핀넘버와 개인정보를 훔쳐내는 스키밍(Skimming) 사기가 대표적이다. 14일 샌드라 황(민주·20선거구) 뉴욕시의원실에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8~12월 플러싱 일대 EBT 카드 피해자의 보상 청구건수는 1990건에 달했다. 문제는 EBT 카드 보상이 지난해 12월 20일자로 종료됐고, 이후 발생한 사고에 대해선 피해 보상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어머니의 EBT 카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권대원씨는 “보상은커녕, ‘카드를 바꾸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다”며 “주변에만 6~7명이 피해를 볼 정도로 흔하고, 돈이 빠져나간 곳을 확인해 보면 미시간주의 한 마트로 주소까지 나오는데 정부 차원의 대응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플러싱의 한 한인마트 캐셔 직원은 “하루에도 한두건은 EBT 카드에 문제가 생긴 손님을 만나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며 “대부분 시니어 분들이라 난감해하시는데 도울 수도 없다”고 밝혔다. 퀸즈YWCA 등 한인 비영리단체와 시니어 데이케어에서는 지난해 가을부터 EBT 카드 사기와 관련한 시니어들의 문의가 폭증해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한 데이케어 관계자는 “EBT카드를 관리하는 앱(ConnectEBT, ebtEDGE)을 다운받으면 ‘잠금’ 기능을 추가해 보안을 강화할 수 있다”면서도 “사용법이 어려워 앱을 다운받아드리고 설명해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EBT 카드가 스키밍 사기에 취약한 이유는 옛날 방식인 마그네틱 카드를 사용하고 있어 복제가 쉽기 때문이다. 존 리우(민주·16선거구) 뉴욕주상원의원은 EBT 카드를 IC칩 카드로 전환해 보안을 강화하는 법안(S1465/A699)을 공동 발의했다. 중단된 연방정부의 푸드스탬프 피해 보상 지원금을 되살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레이스 멩(민주·뉴욕 6선거구) 연방하원의원은 “지난해 9월 푸드스탬프 EBT 카드 스키밍 사기 피해 보상 연장안이 임시지출법안에 포함됐다가 최종 법안에서 빠졌다”며 긴급히 구제책을 마련할 수 있는 지원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연방정부가 주별 푸드스탬프 스키밍 사기 피해자들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로 뉴욕주에서는 11만8000여명의 피해자가 보고됐다. 타주 대비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김은별 기자푸드스탬프 시니어 푸드스탬프 사무실 전자식 푸드스탬프 대부분 시니어